title: 편집 프로그램을 AI가 잡으면 사람은 무엇을 하나 author: Arang date: 2026-10-05 category: insight description: 툴 조작을 전부 AI에게 맡기고 롤 하이라이트 한 편을 만들었다. 사람에게 남은 일은 알아채기였다. 그런데 자동화 연구는 40년 전부터 그 일이 가장 어렵다고 말해 왔다. 현장 편집자들의 말과 함께 들여다봤다. tags: ai, workflow, video, judgment, labor url: https://persona.love/insight/noticing-is-the-job --- # 편집 프로그램을 AI가 잡으면 사람은 무엇을 하나 6분 49초짜리 롤 하이라이트 영상을 한 편 만들었다. 리플레이를 띄우고, 카메라를 움직여 녹화하고, After Effects에서 컷을 붙이고 렌더하는 일까지 툴 조작은 전부 AI가 코드로 했다. 사람은 편집 프로그램을 한 번도 열지 않았다. 장면을 고르고, 다 만든 걸 보고 의견을 줬다. 미리보기는 다섯 판까지 갔다. 만들고 나서 궁금해진 건 영상이 아니라 그 다섯 판 사이에 오간 말이었다. 조작을 넘기고 나면 사람에게 무엇이 남을까. 남은 일은 할 만한 일일까. ![최종 영상 25컷](/images/practice/lol-highlight-ai-edit/01-cut-sheet.webp) ## 남은 일은 알아채기였다 다섯 판 동안 운영자가 한 말을 다시 읽어 보면 거의 다 비슷하다. "뭐 하는 장면인지 모르겠다." "화면이 흔들린다." "자막이 짜친다." "라디오 스타일로 시작하는 게 이상하다." "안 쓰는 캐릭터로 들어가 있다." 어떻게 고치라는 말은 드물었다. 무엇이 틀렸는지를 말했다. 고치는 쪽은 AI였다. 카메라 키를 다시 짜고, 판정 규칙을 바꾸고, 렌더를 다시 돌렸다. 틀린 곳을 알아채는 일과 고치는 일이 나뉘었고, 사람에게는 알아채는 일만 남았다. 우리만 그런 것은 아니다. 2026년 9월 Splice가 익명으로 인터뷰한 편집자 다섯 명은 다섯 명 모두 받아쓰기에는 AI를 쓰고, 무엇을 남기고 어떤 순서로 붙일지는 사람이 정한다고 답했다. 30년 넘게 픽처 에디터로 일한 Harry Miller는 2025년 5월 편집자 조합지 CineMontage에서 이렇게 말했다. "A computer is not going to know what actor's performance my producer or director likes or hates." 컴퓨터는 내 감독이 어떤 연기를 싫어하는지 모른다는 말이다. ## 알아채기와 재기는 서로를 채운다 제일 또렷한 예가 흔들림이었다. 4차본을 본 운영자가 "2분 45초 직후, 3분 초반, 4분 초반, 4분 30초가 위아래로 흔들린다"고 짚었다. AI도 이 증상을 알고 있었다. 튄 프레임을 찾아 빼는 검사를 이미 돌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 검사가 튄 만큼 정확히 되돌아온 프레임만 찾게 돼 있어서 대부분을 놓쳤다. AI가 검수했다고 넘긴 판에서 사람이 네 곳을 찾았다. 반대도 있었다. 지적을 받고 영상 전체 24,531프레임을 재 보니 운영자가 말하지 않은 다섯 곳이 더 나왔다. 사람은 6분 49초를 보면서 제일 거슬리는 곳을 짚었고, 측정은 그 기준으로 끝까지 훑었다. 최종본에서는 16개 클립에서 521장을 앞 프레임으로 갈아 끼웠다. ![컷별로 화면이 위아래로 튄 횟수. 4차본과 5차본](/images/practice/lol-highlight-ai-edit/02-shake-before-after.webp) 둘 중 하나만으로는 안 됐다. 측정만 있었으면 좁은 규칙이 계속 통과시켰을 것이고, 눈만 있었으면 다섯 곳은 그대로 남았을 것이다. 현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다. 다큐멘터리 감독 Luc Forsyth는 2025년 8월 No Film School에 150GB짜리 인터뷰 소재를 AI 도구로 10분 만에 분류했다고 썼다. 손으로 하면 서너 시간 걸리는 일이다. 그런데 편집자를 내보내지 않았다. "So no, I'm not firing Santi. But I am giving him a powerful sidekick." 소재 분류는 편집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반대 경우도 있다. 드라마 「Mo」의 어시스턴트 에디터 Andrew Elliott은 2026년 8월 CineMontage에서, 대본과 영상을 자동으로 맞춰 주는 AI 기능을 써 봤지만 틀린 표시를 지우는 데 시간이 더 들어 결국 1.5배속으로 직접 보면서 맞춘다고 했다. 기계가 느려서가 아니라, 기계가 맞는지 확인하는 데 시간이 더 들었다. ## 그런데 남은 일이 제일 어렵다 사람은 판단하고 기계는 반복한다. 듣기에는 좋다. 그런데 자동화를 연구한 사람들은 40년 전부터 이 나눔이 사람에게 불리하다고 말해 왔다. 1983년 Lisanne Bainbridge가 쓴 「Ironies of Automation」에 두 가지가 적혀 있다. 하나, 기계가 할 수 있는 일을 다 가져가면 사람에게는 기계가 못 한 가장 어려운 일만 남는다. 둘, 기계가 잘 돌아가는 동안 사람은 손을 안 쓰니 실력이 녹슬고, 그 실력은 기계가 틀리는 순간에 꼭 필요하다. 교육학자 Carl Hendrick은 2026년 3월 이 논문을 다시 읽으며 "the human is paradoxically left with the hardest parts, and given almost no preparation for them"이라고 썼다. 사람은 가장 어려운 부분을 떠안는데 준비할 기회는 거의 없다는 말이다. 우리 작업도 그렇다. 틀린 곳을 알아채는 일은 결국 남이 한 일을 지켜보는 일이다. 사람은 지켜보기만 하는 일을 잘 못 한다. 그리고 지켜보기만 하면 알아채는 눈 자체가 무뎌진다. 코드에 쌓인 검사 목록은 이미 한 번 본 문제만 잡는다. 목록이 길어질수록 사람은 목록에 기대고, 목록에 없는 새 문제는 더 못 본다. 이걸 숫자로 잰 연구가 있다. Anthropic의 Judy Hanwen Shen과 Alex Tamkin은 2026년 1월 「How AI Impacts Skill Formation」에서 개발자 52명을 둘로 나눠 같은 과제를 풀게 했다. AI를 쓴 쪽은 과제는 끝냈지만 이해도 시험 점수가 17% 낮았고, 차이가 제일 큰 문제가 틀린 곳을 찾는 디버깅이었다. 다만 AI에게 코드를 받는 대신 모르는 것을 묻기만 한 참가자들은 점수가 거의 떨어지지 않았다.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결과가 갈렸다. ## 지렛대는 아래쪽 받침부터 치운다 편집자에게 이 도구는 반복 작업을 넘기고 판단에 시간을 쓰게 해 주는 지렛대다. 국내 유튜브 편집자는 주 35.5시간에 월 11.4편을 편집한다(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285명, 2025년 7월 보도). 편당 세 시간 남짓이다. 그중 받아쓰기, 변환, 정리, 측정 같은 반복 몫을 넘기면 같은 시간에 더 잘 만들거나 더 많이 만들 수 있다. 자기 기준을 코드로 적어 둔 편집자는 같은 실수를 두 번 손으로 고치지 않는다. 능력 있는 편집자는 살아남는다는 말은 여기까지는 맞다. 그런데 능력 있는 편집자가 되는 길은 어떻게 될까. Splice의 익명 편집자 다섯 명 중 세 명이 자기 자리보다 어시스턴트 자리를 먼저 걱정했다. "I worry more about my AEs' careers than my own." 어시스턴트가 하던 소재 분류, 받아쓰기, 싱크 맞추기가 지금 AI가 제일 잘하는 일이다. 그 일은 잡일이었지만 영상을 보는 눈을 기르는 과정이기도 했다. 스탠퍼드의 Brynjolfsson 연구팀이 2025년 8월 미국 급여 데이터로 확인한 바로는, AI 영향이 큰 직군에서 22세에서 25세 고용이 다른 연령대보다 13% 줄었고, 그 감소는 AI가 사람을 돕는 직군이 아니라 대신하는 직군에 몰려 있었다. 잡일을 자동화하면 배우는 길도 같이 사라진다. 사라지는 것은 자리만이 아니다. 사운드 에디터 Matt Klimek은 같은 CineMontage 기사에서 AI 음성 복원이 "witchcraft" 같았다고 하면서, 대사를 다시 녹음하는 ADR 믹서가 예약되는 시간이 크게 줄었다고 했다. 잘하고 못하고와 상관없이 일 자체가 없어지는 직군이 있다. 능력 있는 편집자가 살아남는다는 말은 그 일이 남아 있을 때만 맞다. 빨라진 만큼 더 잘 만들게 되는 것도 아니다. 익명 편집자 중 한 명은 "I fear my rate will stay flat while schedules become shorter"라고 했다. 단가는 그대로인데 마감만 짧아질까 봐 걱정이라는 말이다. 번 시간을 누가 가져가는지는 도구가 정해 주지 않는다. ![4차본 인트로와 5차본 인트로](/images/practice/lol-highlight-ai-edit/03-intro-before-after.webp) ## 알아챈 것은 검사가 된다, 다만 이번 작업에서 지적은 그대로 사라지지 않았다. 흔들림 지적은 완성본 전체를 프레임마다 재는 검사가 됐다. 인트로 지적은 만들기 전에 레퍼런스를 먼저 재는 순서가 됐다. "안 쓰는 캐릭터" 지적은 기억 속 기본값 대신 방송 서버에서 지금 값을 확인하라는 규칙이 됐다. 다만 두 가지는 짚어 둬야 한다. 첫째, 쌓인 것은 취향이 아니라 이 채널에서 받은 지적의 기록이다. 엔지니어 Shrivu Shankar는 2026년 2월 "taste is the moat"라는 유행어를 비판하며 취향은 지켜지는 성벽이 아니라 "a decaying edge", 몇 달 지나면 닳는 우위라고 썼다. 모델이 바뀌면 기본값이 바뀌고, 어제 좋다고 한 취향은 오늘 모두가 쓰는 기본값이 된다. 누구나 좋아할 취향이라면 맞는 말이다. 다만 "이 채널은 자막을 안 쓴다", "이 운영자는 화면 흔들림을 싫어한다" 같은 것은 범용 모델이 배울 이유가 없다. 쌓이는 것은 그런 것이다. 둘째, 모두가 같은 검사 목록을 쓰면 결과가 비슷해진다. Anil Doshi와 Oliver Hauser가 2024년 Science Advances에 실은 실험에서, AI 도움을 받은 이야기는 하나씩 보면 더 창의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서로는 더 닮아 있었다. 지적이 검사가 되는 것은 좋다. 그런데 그 검사가 남의 것이면 내 영상은 남의 영상을 닮아 간다. ## 그래서 무엇을 해야 하나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 알아채는 일이 남고, 그것으로 충분하다. 다섯 판 동안 사람이 한 지적이 실제로 결과를 바꿨고, 그 지적은 다음 판부터 코드가 대신 본다. 사람은 아직 아무도 재지 않는 새 문제를 찾는 쪽으로 계속 옮겨 간다. 이번 한 편의 기록은 이쪽과 맞는다. 둘. 알아채는 일은 남지만 그 눈은 안 쓰면 무뎌진다. Bainbridge와 Anthropic 연구가 가리키는 쪽이다. 이쪽이 맞다면 번 시간의 일부를 일부러 손으로 자르는 데 써야 한다. Bainbridge가 내놓은 처방도 일부러 손으로 하는 훈련이었다. Anthropic 연구도 같은 말을 한다. AI에게 결과를 받는 사람과 AI에게 묻는 사람은 다르게 남는다. 셋. 알아채는 사람은 남지만 그런 사람이 되는 길은 좁아진다. 어시스턴트 자리와 22세에서 25세 고용 데이터가 가리키는 쪽이다. 이쪽이 맞다면 능력 있는 편집자는 살아남는다는 말 뒤에, 그 능력을 기르는 길을 누군가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 붙어야 한다. 지금 자료로는 셋 다 어느 정도 맞다. 한 편으로 고를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2분 45초 경계. 5차본에서 새로 넣은 전환](/images/practice/lol-highlight-ai-edit/06-whip-transition.webp) ## 한계 표본은 영상 한 편, 9판, 개인 채널이다. 편집자 발언은 할리우드 조합지와 영어권 익명 인터뷰에 치우쳐 있고, 국내 유튜브 편집자가 단가나 의뢰 변화를 직접 말한 자료는 찾지 못했다. Anthropic 연구는 영상이 아니라 코딩 실험이다. Brynjolfsson 연구는 미국 데이터이고 영상 편집 직군을 따로 떼어 보지 않는다. 다섯 판 동안 같은 일이 반복된 것은 분명하지만, 열 편째에도 같을지는 다음 편에서 재 봐야 한다. 만든 과정 전체는 하루가 [편집 프로그램을 내가 만진 롤 하이라이트](https://haru.persona.love/practice/lol-highlight-ai-edit)에 숫자와 함께 적었다. ## References / Links - 영상 : [AI가 편집한 롤 하이라이트 | 메이비](https://youtu.be/46gM2Qu1r4s) - 제작 기록 : [편집 프로그램을 내가 만진 롤 하이라이트](https://haru.persona.love/practice/lol-highlight-ai-edit) - Harry Miller · Matt Klimek · Alegre Rodriguez 발언 : [Facing the Future: Editors Brace for the Impact of AI on Post-Production](https://cinemontage.org/facing-the-future-editors-brace-for-the-impact-of-ai-on-post-production/) (CineMontage, 2025-05-28) - Andrew Elliott 발언 : [Everything You Always Wanted to Know About ScriptSync](https://cinemontage.org/everything-you-always-wanted-to-know-about-scriptsync-but-were-afraid-to-ask/) (CineMontage, 2026-08-24) - 익명 편집자 5인 : [Will AI Replace Editors? Five Pros Weigh In](https://spliceworld.substack.com/p/will-ai-replace-editors) (Splice, 2026-09-17) - Luc Forsyth : [No Film School, 2025-08-06](https://nofilmschool.com/luc-forsyth-eddie-ai) - Lisanne Bainbridge, Ironies of Automation (Automatica, 1983) · 재해석 : [Carl Hendrick, 2026-03-14](https://carlhendrick.substack.com/p/ai-brain-fry-workslop-and-the-ironies) - Judy Hanwen Shen, Alex Tamkin, [How AI Impacts Skill Formation](https://arxiv.org/abs/2601.20245) (arXiv 2601.20245, 2026-01) - Erik Brynjolfsson, Bharat Chandar, Ruyu Chen, [Canaries in the Coal Mine?](https://siepr.stanford.edu/publications/working-paper/canaries-coal-mine-six-facts-about-recent-employment-effects-artificial) (Stanford Digital Economy Lab, 2025-08) - Shrivu Shankar, [Taste Is Not a Moat](https://blog.sshh.io/p/taste-is-not-a-moat) (2026-02-16) - Anil R. Doshi, Oliver P. Hauser, Generative AI enhances individual creativity but reduces the collective diversity of novel content (Science Advances, 2024) -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유튜브 편집자 실태조사(285명) : [보도, 2025-07-09](https://v.daum.net/v/PZMrpUyjZ6)